제6회 아산의학상 시상식 개최
기초의학부문 정종경, 임상의학부문 권준수 교수…
젊은의학자부문 이정호, 김성한 교수 수상
이정호, 권준수 교수, 정몽준 이사장, 정종경, 김성한 교수(왼쪽부터)
아산사회복지재단(이사장 정몽준)은 3월 21일(목) 오후 6시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제6회 아산의학상 시상식을 개최했습니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아산의학상 정종경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기초의학부문)와 권준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임상의학부문)에게 각각 3억 원의 상금을 시상하고, 젊은의학자부문에 2명을 시상하는 등 총 상금 7억 원을 수여했습니다.
정종경(50세) 교수는 세포 신호전달체계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로 파킨슨병 등 관련 질병에 대한 이해를 높인 공로를 인정받았으며, 권준수(54세) 교수는 정신질환 고위험군의 생물학적 표지자를 개발해 조현병 환자의 조기 진단과 발병 예방에 기여한 공로를 높이 평가받았습니다.
‘아산의학상’은 올해부터 기초의학과 임상의학부문으로 나눠 각각 1명씩 수상자를 확대 선정하고, 상금도 2억 원에서 3억 원으로 증액했습니다. 또한 40세 이하의 젊은의학자에 대한 시상을 신설하여 2명의 수상자를 선정했습니다.
올해 첫 시상하는 젊은의학자부문에는 이정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와 김성한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 선정되었으며, 수상자에게는 각각 상금 5천만 원이 수여되었습니다.
이정호(36세) 교수는 뇌 발달 장애의 발병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연구 활동을 수행해 소아 난치성 뇌전증 치료를 위한 새로운 장을 마련했으며, 김성한(40세) 교수는 면역저하 환자들의 감염증에 대한 연구와 결핵 환자의 면역력을 측정하는 새로운 진단방법을 도입하는 등 관련 질환의 진단과 치료에 기여한 바를 인정받았습니다.
지난 2008년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이 제정한 ‘아산의학상’은 인류의 건강증진을 위해 기초의학 및 임상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루어낸 국내 의과학자를 발굴하여 격려하기 위한 시상입니다.
시상식 이모저모
인사말
정몽준 이사장
바쁘신데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산의학상을 받으시는 정종경, 권준수 교수님과 젊은 의학자상을 받으시는 이정호, 김성한 교수님께 진심으로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사모님들께도 축하 인사를 전합니다.
박건춘 아산의학상 운영 위원장님과 고재영 심사위원장님, 그리고 여러 위원님들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오늘 축사를 해주실 오연천 서울대 총장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어제는 선친의 12주기 였는데, 선친께서는 인류의 가장 큰 두 가지 고뇌가 질병과 빈곤이라 생각하시고, 그 질병과 빈곤의 악순환으로 고통 받는 이들을 돕기 위해 1977년 재단을 설립하셨습니다.
선친께서는 자신이 농촌에서 어려운 성장기를 보냈기 때문에 이 세상에는 불우한 이웃들이 많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셨는데, "농촌에 살다 보면 돈이 없어 병원에 못가고 병이 악화가 돼서야 가는데, 그때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말씀을 하신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78년 7월 1일 정읍병원 개원을 시작으로 같은 해 11월 보성병원, 79년 보령병원과 영덕병원 등을 잇달아 개원하였습니다. 지방부터 시작한 병원운영을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한단계 높은 의료를 제공하고, 연구능력이 있는 병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89년 서울아산병원을 개원하였습니다.
의료복지사업에 많은 관심과 애정을 쏟으셨던 선친의 뜻을 이어 환자 치료와 질병 치료 연구에 전념하고 계신 의과학자들을 위해 지난 2008년 아산의학상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아산의학상 1회 수상자이신 서울대 김효수 교수님을 비롯해 울산의대 고재영, 이승규, 박승정 교수님과 KAIST의 고규영 교수님이 수상하셨습니다.
재단은 아산의학상을 보다 내실 있고 독립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기금을 만들었고, 그 기금을 300억 원으로 확대하게 되어 아주 기쁘게 생각합니다.
정종경, 권준수 교수님과 젊은 의학자상을 받으시는 이정호, 김성한 교수님께 다시 한 번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어느 교수님께서 연구는 체력으로 한다고 말씀 하신 적이 있는데 많은 인내와 열정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이해를 하고 있습니다. 인내와 열정을 가지고 도전하여 이루어 내는 눈부신 업적에 진심으로 존경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산의학상이 좋은 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산의학상을 의학 발전에 도움 되는 우리나라 최고 권위의 상으로 발전시키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참석하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축사
오연천(서울대학교 총장)
안녕하십니까.
아산사회복지재단의 제6회 <아산의학상>을 수상하시는 기초의학 부문 정종경 교수님, 임상의학 부문 권준수 교수님, 그리고 젊은의학자 부문 이정호 교수님과 김성한 교수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바쁘신 중에도 귀한 시간 내주신 내외 귀빈 여러분에게 감사드립니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은 “우리 사회의 가장 불우한 이웃을 돕는다.”라는 아산 정주영 회장님의 뜻에 따라 지난 1977년 설립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설립 이념은 지난 36여 년 동안 재단의 역사와 함께하며 의료, 사회복지 지원, 학술연구 지원, 장학사업 등을 통해 훌륭히 실현되어 왔습니다. 그리고 우리사회에서 나눔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희망의 등불이 되고 있습니다.
선대 이사장이신 정주영 회장님의 설립 이념을 계승하고자 2008년 제정된 <아산의학상>은 인류의 건강증진을 위하여 기초의학 및 임상의학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룬 국내 의학자를 격려하며 명실상부 국내 최고 권위의 의학상으로 발전해왔습니다. 오늘이 있기까지에는 정몽준 이사장님을 비롯한 재단의 헌신적인 지원과 노력이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깊은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아산의학상>을 수상하시는 교수님들께 오늘은 교수님들께서 의학을 시작하신 이래 가장 영예로운 날입니다. 그동안 교수님들께서 보여주셨던 각고의 노력이 있었기에 오늘날 의료 산업이 국가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성장할 수 있었고, 국민건강 증진, 더 나아가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뚜렷한 소신과 자부심으로 의학 발전을 선도해오신 교수님 한분 한분의 끊임없는 자기극복의 노력과 헌신에 경의를 표합니다. 아무쪼록 오늘의 시상식이 교수님들의 지혜와 경험을 배우고 확산시킴으로써 우리나라 의학수준을 한 단계 격상시키고 더 나아가 온 인류의 건강한 삶과 복지 향상에 기여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수상소감
정종경(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먼저 이렇게 큰 상을 받을 수 있게 해주신 아산재단 정몽준 이사장님과 박건춘 의료원장님을 비롯한 아산의학상 운영위원, 심사위원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수상 소식을 듣고 여러 생각이 났습니다. 그 이야기를 먼저 해 보겠습니다.
2009년 여름 제 아내가 갑자기 아파서 아산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습니다. 평소 세미나나 지인 병문안을 위하여 자주 왔었지만 제가 직접 당사자가 되어 입원을 한 경우는 처음이었죠. 아
내가 입원한 몇 주 동안 자연스럽게 병원 시스템에 익숙해지면서 재단 설립 초기인 40년 전에 이미 세계적 수준의 병원을 서울에 세우시기로 계획했다는데 감탄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하드웨어 보다 제 아내가 더 놀란 것은 수술시설이나 의료기법, 의료진의 친절함 등이 우리 생각을 휠씬 뛰어넘는 세계 최고였습니다. 선구자 한 분의 의지에 의해 정말 이렇게 완전히 새로운 것이 만들어질 수 있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의학 분야의 연구도 게놈프로젝트의 완성과 함께 유전자 하나 연구하던 시대에서 우리 몸의 3만개 유전자를 통째로 연구하는 시대로 바뀌었습니다. 벌써 십 년이 넘었군요. 미국의 게놈 프로젝트를 따라가기 위해 카이스트 동료교수였던 김재섭, 유욱준 교수님과 함께 동물의 전체 유전자의 기능을 살아있는 상태에서 보자고 기획하여 십만 가지가 넘는 초파리 모델동물을 만들었던 일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5년-10년 걸릴 것이라 했던 일이 실제 해보니 기술이 늘어 몇 십 명의 노력으로 몇 십억의 연구비로 2년도 안되어 게놈 유전자 전체의 기능을 연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가질 수 있더군요. 그 경험에서 저는 항상 말 합니다. 자기 익숙한 일에 영역에 스케일에 억매이지 말고, 자기의 전문성을 가지고 새로운 일을 하자고..
3년 전 서울대로 직장을 옮긴 저는 기존의 연구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새로운 연구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 유명한 도예가 윤광조 화백의 경주 댁에 초대를 받아 저녁을 같이 먹은 적이 있습니다.
어쩌면 당연하지만 예술가의 고민과 저의 고민이 같은데 놀랐습니다. 예순이 넘으신 당신께선 십 년에 한번씩 밴에 배낭과 먹을 것 실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을 때까지 전국을 정처 없이 유랑하신다고 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초파리라는 전혀 모르던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여 파킨슨병을 연구하였던 저는 은퇴까지 남은 마지막 10년의 연구는 또 어떻게 더 나은 내용으로 이끌 수 있을까 하고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제 개인 연구뿐 아니라 우리 교수와 학생들의 연구와 교육 시스템을 혁신하기 위하여 제가 몸담고 있는 서울대학교 유전공학연구소를 전혀 다른 모양으로 바꾸는데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다양성과 창조적 역량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교수들과 대학원생들이 24시간 자유롭게 토론하고 생각하고 밥먹고 스스로 연구를 제안하고 책임지는 새로운 형태의 연구 터전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80년대 말 미국 NBA의 마이클 조단이 혼자서 40-50 점을 넣고 코트를 날아다녔지만 챔피언이 되지 못하였던 것을 잘 아실 것입니다.
저도 경기를 보면서 많이 안타까워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코치가 오고 스카티 피펜과 같은 조력자들이 모이고 나서야 시카고불스는 NBA 최고의 왕조를 구축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제가 여기에 있기까지 많은 분께서 도와 주셨습니다. 먼저 은사님들, 특히 제가 가진 연구자로서의 능력을 깨닫게 해주신 존 블레니스 교수님. 학자로서의 노력의 극한을 보여주신 정재웅 교수님. 독립된 연구자로서의 생각을 가르쳐 주신 유욱준 교수님, 리더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신 서남표 총장님, 그리고 동료 연구자로서 서로 자랑스럽고 존경하는 여러 선후배 연구자들, 그리고 주변 가까이에서 항상 새로운 영감을 주시는 서울대 동료 교수님들 감사 드립니다.
다음으로 피펜과 같은 제 조력자들입니다.
항상 요구하는 것이 많아 다섯 개 여섯 개 프로젝트를 안기는 선생, 새 실험을 주문하고 돌아서면 결과가 뭐야 물어보는 선생임에도 믿고 따라와 준 제자들, 박사 후 연구원으로 파킨슨병 연구를 처음 도입한 조경상 교수, 차광호 교수, 처음 실험실에 와서 실험실을 키웠던 고형종 교수, 김선홍 박사, 이성배 교수, 박지혜 박사 외 많은 실험실을 거쳐간 학생들, 그리고 지금 실험실을 지키는 학생들 연구원들 고맙습니다.
마지막으로 제 가족들께 인사를 드립니다.
돌아가신 부모님, 오는 주말이 부친 기일입니다. 7 형제 막내인 저를 키워주신 누나 자형, 형님형수님 은혜에 감사 드리며, 제 아내 박미정 박사와 두 아이, 원주와 인수에게도 오늘의 이 영광이 영원히 함께 하길 희망합니다.
감사합니다.
권준수(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이렇게 아산의학상을 수상하게 되어 개인적으로 너무나 기쁘고 감개가 무량합니다.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시고 격려해주시는 정몽준 이사장님 이하 아산사회복지재단에 대해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수상 소식을 전해듣고 문득 궁금한 생각이 들어서 인터넷에 아산의학상이라는 이름을 넣고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거기에는 한국의 노벨의학상이라는 글귀가 보이더군요. 참 많은 생각이 떠올랐던것 같습니다. 사실 노벨상이라는 것은 기초과학을 하지 않는 임상의사로서는 좀처럼 다가가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임상이라는 것이 어떤 질병의 근원의 원리를 파헤치고 설명하는데 주력하기 보다는 당장의 환자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치료하는데 매달려야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물리적 시간의 제약때문에 임상과 연구를 동시에 병행하는 것도 결코 쉽지가 않습니다.
젊은시절부터 이제는 정신분열병에서 병명이 개정된 조현병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연구하기 위하여 임상과 연구를 둘 다 병행하는 참 고단한 길을 걸어왔던 것 같습니다. 혹자는 묻습니다. 왜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데 전념하지 않고 당장에 큰 도움이 되지도 않는 연구를 하냐고 말입니다. 그때는 이에 대해 뭐라도 대답해야하나 참 고민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조현병 환자를 치료하면서 깨닳게 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조현병 환자분들을 보면 사회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이 참 많습니다. 실제 질환의 발생은 그러한 계층을 가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현상이 벌어지는 것에 대한 여러 설명들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조현병이 10대에서 20대로 넘어가는 즈음에 발생하여 평생을 지속되는 만성질환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거의 일평생 사회적 직업적 활동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가족들도 이들을 보조하기 위하여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많은 질병들이 성인기 후반에 발생하는 것과 비교한다면 보통의 4인가족에서 이러한 일이 생기게 되는게 참 큰 문제를 야기하게 됩니다. 결국 가정 전체가 환자 치료에 매달려 점점 사회, 경제적으로 뒤쳐지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이들을 한명 한명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조현병의 발생을 조기에 발견하고 조기에 예방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게 당시의 의학 수준으로는 쉽지 않은 것이었죠. 그래서 그것을 연구하려고 시작한 것이 지금의 저를 있게 해준 것 같습니다. 그동안 병원과 연구실을 오가며 바쁘게 살아왔던 시간들에 대해서 누군가 인정해주고 격려해준다는 것은 임상연구자로서 참 기쁘고 힘이되는 일인 것 같습니다.
평소 집에 들어가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단란한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저를 이렇게 묵묵히 응원해주고 지금까지도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주는 저의 아내와 아이들에게도 다시한번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어느 연구실에서 늦은밤까지 밤을 지새며 의학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국내 연구자들에게 힘이되는 이런 자리를 만들어주신 아산사회복지재단에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앞으로 이 아산의학상을 계기로 조현병의 발병을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기 위해서 더욱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